본문 바로가기

좋아서 그래, 영화

인생을 담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내가 가장 헷갈리는 영화 제목 중 하나가 바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다.

매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인지 헷갈린다.

'간다'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어조의 '흐른다'가 왠지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듯싶어서일까.

물론 나는 '흐른다'보다 '간다'가 좋다.

벤자민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척해 가는 거니까.

 

 

 

 

 

 

대학 다닐 때 처음 보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

내가 좋아하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 더 게임, 파이트 클럽, 패닉 룸으로 이어지는,

 데이빗 핀처 감독 하면 떠오르는 느낌과

너무 다른 느낌의 영화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생소했던 기억이 있다.

게다가 어릴 때 봐서 그런지 마음속에 큰 여운을 남기지 못한 영화이기도 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본 이 영화.

그 시간만큼 내가 어른이 된 것인지 인생을 꿰는 철학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흘러가는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른 이들과

인생의 종착역에서부터 출발점을 향해 거슬러 가는 벤자민.

한 공간에서 보여지는 대조적인 혹은 유사한 모습은

어쩌면 너무 직설적이라 유치하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이다.

 

 

 

 

 

 

인간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라고들 한다.

종교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죽는데 왜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에 과학적인 답변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

자매가 둘 다 참 예쁘게도 생겼다.

개인적으로 엘르 패닝을 보며 상상했던 성인의 데이시와 케이트 블란쳇은

싱크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이 영화에는 참으로 많은, 또한 참으로 중요한 철학이 담겨 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보는

다시 젊어지는 것에 대한 상상,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투영된 한 사람의 인생.

상상 속처럼 행복하지만은 않은 결말.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한 공포와 고통과 고독.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길 원하지만

사실 남들과 같다는 것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실.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세상.

 그리고 그 겉모습을 초월해 사람의 내면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의 따뜻함.

 

한꺼번에 떠오르지 않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다.

데이빗 핀처는 이 많은 이야기를 너무나 완벽하고 깔끔하게 연출해냈다.

역시는 역시 역시지.

 

특히 번개 7번 맞은 노인의 순간순간 회상 장면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최고의 연출이라 본다.

 

 

 

죽음의 순간을 향해 걸어가며 고독해 하는 노인들과

탄생의 순간을 향해 걸어가며 고독해 하는 벤자민의 조화.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