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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래, 영화

구) 영화리뷰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왕가위 감독, 2000

 

 

고등학생 시절 내 꿈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으니 꿈을 반은 이루었네. 물론 나머지 반도 언젠가 꼭 이루고 말겠어.

 

 

 

1.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며 그전보다 더 많은 영화를 봤지만 그전보다 더 재미있게 영화를 보진 못했던 것 같다.
영화가 과제가 되면서 순수한 재미를 잃었지.
그렇게 고등학생 시절 자연스럽게 써왔던 영화리뷰도 대학생 시절 자연스럽게 쓰지 않게 됐다.
2. 최근 빔과 TV를 사며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횟수가 상당히 줄었다.
무료로 제공해주는 영화를 그냥 되는대로 봤더니 본 영화와 안 본 영화의 구분이 안 되는 지경.
이제 갓 꿈을 꿨던 그 시절을 되새길 겸(1), 제발 본 영화와 안 본 영화를 구분할 겸(2)
틈나는 대로 영화리뷰를 써야겠다.

 

 

 

영화리뷰의 첫 타자는 당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영화여야겠지.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아니다. 사랑하는, 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다.
대학생 시절 과제로 봐야 하는 영화에 신물 난 상황에서도 화양연화만큼은 과제여도 좋았으니 말 다했지 뭐.

 

 

 

사랑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말로는 표현이 힘들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 중 하나인데 화양연화 또한 그렇다.
원래 왕가위 감독 영화를 다 편애하지만 그중 유독 화양연화를 사랑하는 이유, 그게 말로는 표현이 힘들다.
모든 것이 그 이유가 될 테니까.

 

 

 

 

 

 

화양연화의 스토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내 머릿속에서 자꾸 좋게 포장되지만 결론적으로는 불륜에 관한 이야기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의도적이지 않은 맞바람이랄까.

 

 

 

 

 

 

어떻게 보면 뻔하고 단순한 이런 스토리를 최고의 영화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배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양조위, 장만옥의 절제된 연기는 영화에 대한 몰입을 최고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양조위, 장만옥을 엄청 좋아하며 화양연화 속 두 배우를 최고라 생각하면서도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역시 배우보다 감독의 능력이 크다고 본다.

 

 

 

왕가위 감독하면 흔히 촬영을 떠올린다. 화려한 촬영 기법, 카메라 워크.
하지만 나는 왕가위 감독에게 촬영이란 그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촬영, 조명, 음향 등 연출의 그 어느 부분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차 안에서 두 손만으로 둘의 감정을 가득 담아낸 것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정 연기나 대사 하나 없이 표현해낼 수 있다니.
10년 전 처음 이 씬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지.

 

 

 

 

 

 

이별을 연습하는 둘의 모습을 담은 씬 또한 놀랍다.
그 씬은 촬영, 조명만으로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각본 자체는 위트 있기에 더 매력적인 씬이다.
헤어져야만 하는 둘의 고민, 아픔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낼 줄이야.
개인적으로 차 안, 이별 연습 이 두 씬이 화양연화 속 최고의 씬이라고 생각한다.

 

 

 

난 화양연화의 스틸만 봐도, OST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만큼 정말 사랑하는 영화라 리뷰를 쓰기 더 어려운 것 같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사랑의 이유를 말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사랑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