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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래, 영화

구) 영화리뷰 '파니 핑크(Keiner Liebt Mich)' 도리스 도리 감독, 1994

 

 

나는 우리나라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난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
영화에는 자기 생각이, 철학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코미디 영화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철학이란 건 거창한 게 아니다.
'그저 사람들을 미친 듯이 웃게 하고 싶다'도 하나의 철학이다.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에는 철학이 없다.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분명 웃으려고 본 영화인데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영화가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다.
울린다 울린다 하고 제대로 못 울리면 창피하니까
웃긴다 웃긴다 하고 울려버리는 비겁한 속임수인가.
물론 그냥 마구 웃기는 영화도 있다.
내용이 없어서 정말 보고 있으면 기가 막히게 웃긴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 참 많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나눌법한 이야기로 영화가 꽉 채워진다.
안주값, 술값 몇만 원이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왜 굳이 몇억씩 들여가며 영화로 만드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영화에 캐릭터도 없다.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 주인공은 다 비슷하다.
이 영화 주인공 그대로 데려다 다른 영화 출연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그저 어떻게 하면 성공한(=흥행한,=돈 많이 번)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단지 내용에 철학이 없는 수준을 떠나
연출, 촬영, 편집 등등 모든 것이 우리나라 영화 평균 수준을 한참 밑돈다.

 

 

 

나는 유럽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와는 모든 점에서 정반대인 유럽 코미디 영화.
주로 프랑스 코미디 영화를 많이 봐왔던 내게 파니 핑크는 첫 독일 코미디 영화다.

 

 

 

 

 

 

'파니 핑크'의 파니 핑크를 보고 있으면 '아멜리에'의 아멜리에가 떠오른다.
표면적으로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깊이적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두 영화의 주인공.

 

 

 

 

 

 

내가 유럽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캐릭터다.
황당하고 웃기지만 어디선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현실감과 몰입도를 갖춘,
흔히 생각하기 힘든 다양한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영화.
유럽 영화는 스토리보다 캐릭터에 집중해서 봐야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파니 핑크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다양한 캐릭터의 깊이감을 보며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막상 리뷰를 쓰려니 참 어렵다.
직접 봐야 한다. 그래야만 알 수 있는 영화다.
누군가가 설명하기,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기, 둘 다 분명 불가능한 영화다.

 

 

 

프랑스 코미디 영화가 조증이라면 독일 코미디 영화인 파니 핑크는 조울증이다.
좀 더 다크한 느낌.
하지만 그렇기에 그 안에 숨겨진 위트를 찾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코미디 영화가 더 내 취향이긴 하나
파니 핑크, 살면서 이런 영화 한 번쯤 꼭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