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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래, 영화

누가 봐도 프랑스 영화, 업사이드 다운

 

 

대학생 때 정말 열심히 DVD를 모았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현재 갖고 있는 200여 장의 DVD 대부분이 그 시절 모은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 내 자취방에 올레TV를 놓은 뒤로

아주 가끔 정말 미친 듯이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을 때 한 장씩 사는 것 빼고는

더이상 모으는 정도로 DVD를 사지 않는다.

올레TV에 들어가면 무수히 많은 영화를 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나 볼 수 있으니 굳이 DVD를 살 필요가 없더라.

원래부터 단순히 수집 자체가 취미인 수집가는 아니었으니.

 

 

 

 

 

 

오랜만에 올레TV로 본 영화 업사이드 다운.

무려 무료.

 

 

 

내 포스팅이 스포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기에 내용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겠다.

아마 앞으로 다른 영화 리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내 생각에 대한 포스팅?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그저 반대되는 중력이라는 한 줄 때문이었다.

SF판타지 블록버스터, 반대되는 중력.

할리우드 영화의 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시작하며 생각했다.

이상하네. 왜 이렇게 프랑스 영화 같지?

 

참고로 업사이드 다운 속 언어는 프랑스어가 아니다.

그렇기에 언어 때문에 프랑스 영화의 느낌을 받는다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프랑스 영화 같다는 느낌보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더 정확할 수 있겠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주관적으로, 그냥 나는 그렇게 느낀다.

할리우드 영화는 공산품 같다.

획일화된 느낌.

이 비누, 저 비누 포장, 이름, 설명 다 다르지만

막상 껍데기 뜯어서 사용해보면 그래 봤자 다 똑같은 비누 같다는 느낌.

할리우드는 철저한 분업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든다.

물론 어떤면에서 현재의 우리나라 영화 현장이 롤모델로 삼고 따라가야 하는 곳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너무나 철저한 분업 시스템은

다른 나라 영화들에서 아주 쉽고 흔하게 묻어나는 연출 특유의 개성을 뭉개버렸다.

(당연히 100%는 아니다. 할리우드에도 정말 개성 있고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다른 나라의 영화에 비해 할리우드 영화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번지르르한 포장, 화려한 스케일, 뛰어나게 창의적인 소재,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화책 수준.

내가 생각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특징이다.

물론 체계적인 그들의 시스템은 어느 것 하나 빈틈없는 영화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그게 또 나에게는 그렇게 매력이 없다.

사람이 만드는 영화가 아닌 기계가 만드는 영화 같달까.

차가운 영화?

혹은 정답지를 그대로 베낀 영화?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런 느낌이 있다.

 

 

 

 

 

 

그에 비해 유럽 영화들은 굉장히 따뜻하다.

그리고 자유롭다.

독일 영화가 그중 조금은 틀이 있는 모습이라면 그에 비해 프랑스 영화의 자유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독일 영화가 그중 조금은 다크한 느낌이 있다면 프랑스 영화의 라이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프랑스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실제 영화를 보다 보면 누가 봐도 프랑스 영화의 알맹이를 갖고 있다.

 

 

 

 

 

 

나는 프랑스 영화에 아주 후하다.

하지만 솔직히 이 영화, 100점짜리는 아니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프랑스 영화를 플롯이니, 개연성이니, 결말이니 같은 질문으로 평가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움을 평가할 때는 그 잣대마저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냥 편안히 앉아서 보면 된다.

그리고 가만히 느끼면 된다.

 

 

 

 

 

 

이 영화는 굉장히 따뜻한 영화다.

그리고 사회 비판적인 철학까지 갖추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는 기본적인 선악 구조를 넘어서는 사회 비판적인 철학을 찾기 힘들지)

참 괜찮은 영화다.

다만 '인셉션'의 한 장면을 확장한 듯한, 굉장히 빈틈없는 SF판타지 블록버스터를 기대했을 관객들에게는

껍데기에 사기당한 느낌 충분히 들 수 있다.

껍데기를 버리고 그냥 아주 편안히 앉아서 본다면

충분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보고 나서 기분 좋아지는, 그런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